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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지역축제에 활용되는 임시 어드벤처 구조물 디자인 모음

by binart79 2025. 6. 30.

축제는 지나가지만, 구조물은 기억에 남는다

지역축제는 한정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최대한 강력한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복합 문화 이벤트다.
음식과 공연, 전시만으로는 더 이상 관객의 몰입을 끌어낼 수 없고,
관람형에서 체험형으로 전환된 축제 트렌드는 '참여 + 몰입 + 인증'이라는 3요소를 필수로 요구한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몇 년간 전국 각지의 축제에서는
임시로 조립하고, 짧은 기간만 운영되는 ‘어드벤처형 체험 구조물’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획자와 지자체 담당자들이 “설치 업체에 맡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이,
이 구조물들이 안전성과 창의성에서 심각한 한계를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24년 전북 남원의 ‘마을탐험 예술축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당시 기획팀은 기존 대형 놀이기구 업체의 트램펄린이나 미끄럼틀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 설계자와 협력해 지역 테마에 맞춘 ‘한시적이지만 강력한 몰입 경험을 주는 어드벤처 구조물 시리즈’를 디자인했다.
이 글은 그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웹에는 존재하지 않는, 하지만 실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임시 어드벤처 구조물 디자인 모음’을 스토리로 정리한 것이다.

지역축제 활용되는 어드벤처 구조물

구조물 : ‘이동식 마을탐험망’ – 골목길을 공중으로 연결하다

남원 축제팀은 골목이라는 지역의 핵심 공간을 어드벤처 체험의 메인 무대로 활용하고자 했다.
기획자 박정윤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골목은 동선이 단조롭고 폭이 좁습니다. 우리는 그 공간의 위를 사용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땅이 아닌 공중에서 마을을 지나가도록요.”

이동식 마을탐험망은 두 개의 이동식 타워 구조물과, 공중에 연결된 3층 높이의 네트 그물 동선으로 구성되었다.

이 구조물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철제 모듈형 프레임을 사용해 축제 2일 전 현장 조립 가능
  • 골목 양 옆의 기존 건물 벽체에 접촉하지 않고도 자립형 설치
  • 그물은 항공산업에서 사용하는 고강도 PE 케이블망 사용

 

체험자는 헬멧 착용 후 공중 골목길을 40m 정도 횡단하며 지역 벽화와 마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음

가장 독특한 점은 루트 중간에 설치된 ‘탐험노트 미션 지점'이었다.
지나가는 도중 QR을 찍고, 벽면에 쓰여진 고유 코드를 찾아 ‘마을탐험노트’를 완성하면,
축제 마지막 날 ‘디지털 탐험가 인증서’가 발급되는 시스템이었다.
이 구조물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마을을 다시 보는 시선이 되었다.

 

구조물 : ‘구르는 거북 트랙’ – 좁은 공간을 입체 레이싱 코스로 바꾸다

축제장이 협소하거나, 고저차가 심한 장소에서는 전통적인 놀이시설을 도입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간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구조물’은 오히려 기억에 남는 체험을 만든다.

‘구르는 거북 트랙’은 마을 창고 뒤편의 유휴 주차장 경사면을 활용한 이동형 RC카 어드벤처 코스였다.
디자인팀은 단순한 RC카 조종이 아닌, 탐험 시뮬레이션 요소를 결합한 구조로 설계했다.

주요 특징:

  • 트랙은 높이 차 약 1.2m의 언덕을 기준으로 4개의 루프 구간으로 구성
  • 각 구간에는 종이로 제작한 지역 동물 조형물(거북, 담비, 황소개구리 등)이 장애물로 등장
  • 참가자는 RC카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를 통해 ‘탐험가 시점’으로 조종
  • 특정 위치에서만 ‘미션플래그’를 얻을 수 있고, 완주자에게는 거북이 메달 제공

구조물 자체는 폴딩형 경량 합판을 조립하여 축제 전날 설치,
행사 종료 후에는 RC카는 지역 어린이센터에 기증되었다.
‘구르는 거북 트랙’은 지역 아이들에게 놀이 이상의 스토리를 남겼고,
경사로라는 단점이 ‘탐험의 지형’으로 변환된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

 

구조물 : ‘하늘미로 퍼즐탑’ – 수직체험을 통한 공동 몰입 설계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높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늘미로 퍼즐탑’은 마을 중심 광장에 설치된 7미터 높이의 수직형 구조물 체험존으로,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었고, 참가자가 직접 퍼즐 조각을 모아 완성해야 출구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이 구조물은 임시 설치물임에도 다음과 같은 설계 디테일을 갖췄다:

  • 구조물 프레임은 알루미늄 모듈 + 고무 조인트 기반으로, 무게는 최소화하고 안정성은 확보
  • 내부는 3가지 난이도의 구간(미로존, 암벽존, 점프존)으로 구분
  • 층간 이동은 슬라이딩 그물통로나, 짧은 암벽 구간을 거쳐야만 가능
  • 참가자는 RFID 밴드를 차고, 퍼즐 조각을 찾아 2개 이상 모아야 출구가 열림

설계자는 이 구조물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함께 탐험하는 축제 내 협력 콘텐츠로 작동하길 바랐다.
특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서로 구역을 나누어 퍼즐을 찾는 모습은
축제 전체의 정서적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축제는 일시적이지만, 어드벤처는 기억을 오래 남긴다

지역축제에서 어드벤처 구조물을 사용하는 목적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맥락을 탐험으로 재해석하고, 한정된 시간 안에 강력한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역의 스토리, 지형, 주민과의 관계, 계절 등과 맞물릴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남원 축제 사례에서처럼, 기성 제품이 아닌, 공간 맞춤형 임시 어드벤처 구조물을 설계하는 일은 어렵지만 매우 의미 있다.
그 구조물은 설치가 끝나면 사라지지만, 참가자의 기억 속에서는 마치 게임의 한 레벨처럼 남는다.

이제 어드벤처 구조물은 공원이나 놀이공원 전유물이 아니다.
지역문화와 결합한 임시 체험 플랫폼이자, 축제 기획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축제 기획자, 디자이너, 지자체 담당자가 이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