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오르는 것이 아닌, 공간을 체험하는 일
클라이밍은 이제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도시에서 체험형 어드벤처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근력을 사용해 벽을 오르기보다는, 심리적 도전과 몰입의 경험을 원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클라이밍 체험장’은 기존 실내암장의 기능을 넘어,
몰입형 어드벤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클라이밍 시설은 여전히 스포츠 시설 개념의 설계에 머물러 있다.
운동을 위한 공간은 만들지만, 체험을 위한 공간은 설계하지 못한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 초보 체험자, 연령별 사용자 등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한 설계 사례는 드물다.
이번 글에서는 가상의 복합 문화시설 프로젝트 ‘STN 어드벤처 센터’의 클라이밍존 기획 사례를 통해,
기존 암벽장이 아닌, 어드벤처 기반 클라이밍 체험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처럼 구성해 소개한다.
클라이밍 공간은 단지 벽을 오르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수직의 스토리텔링’을 설계한 복합형 경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야기 구조를 가진 클라이밍존 / 벽체가 아닌 루트를 설계하라
STN 어드벤처 센터의 공간 기획자는, 처음부터 ‘벽을 짓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을 디자인하겠다’는 기획 철학을 세웠다.
그는 전통적인 클라이밍 구조물(볼트, 홀드 등)을 기본으로 하되,
각 벽면마다 미션이 있고, 단계별로 감정 곡선이 변화하는 루트형 공간을 설계했다.
이 체험장은 3개의 코어 존으로 구성되었다
1단계 존 – 자신감 획득 구간: 최대 높이 2.5m의 저고도 벽, 색감은 따뜻하고 루트는 넓게 배치됨
2단계 존 – 기술 도전 구간: 중급 루트(약 4.5m), 경사 벽과 일자 벽 혼합, 일부 루트는 타이머 미션 포함
3단계 존 – 성취/몰입 구간: 최대 8m 벽, 일부 구간은 라이트 미션(조명 따라 타이밍 맞춰 이동)
기획자는 설계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초보자도 처음 5분이면 벽을 타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자신감을 심는 동선과, 도전하게 만드는 연출입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높이’를 기준으로 난이도를 나눈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감정 흐름(두려움 → 도전 → 몰입 → 성취)을 공간 안에서 설계한 것이다.
각 구간은 시야 차단 또는 조명 연출을 통해 심리적 몰입도를 조절했고,
루트별로 스마트 벨트가 자동으로 성취 시간을 기록하여 체험자에게 즉시 피드백을 제공했다.
사용자 유형에 따른 공간 배치 전략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오르는 설계
기획자는 클라이밍 공간의 실패 원인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 시설은 클라이머만을 위한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체험자는 다양하고, 대부분이 초보입니다.”
STN 프로젝트에서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중 사용자 구조’를 갖춘 체험형 설계를 채택했다.
실제 공간은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유아 및 초등 저학년 구간
최대 높이 1.5m / 벽면은 부드러운 우레탄 외피로 마감
손잡이(홀드) 대신 동물 캐릭터 구조물을 잡으며 오르는 방식
부모가 바로 옆에서 잡아주는 평면 연계 구조 포함
보호자 대기 + 참여 구간
메인 벽면 옆에는 앉아서 자녀를 볼 수 있는 대기존
일부 구간은 부모-아이 팀플 체험이 가능하게 설계됨
보호자가 벽에 부착된 보조 홀드 조작 버튼을 누르면 아이의 루트가 변경되도록 설정됨
성인 및 숙련자 구간
독립형 구조물로 물리적 구분
타임어택형 루트, 등반 후 ‘성취 인증 사진’ 자동 촬영 기능
체험 후 자신의 기록을 앱으로 저장 가능
이러한 배치 구조는 단순히 난이도를 나눈 것이 아니라,
이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구조였다.
기획자는 "벽은 높이보다 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로로 시작하고 어떤 감정으로 내려오는지까지, 공간은 사람을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설계와 안전의 경계: 기능성과 몰입감을 동시에 설계하는 법
모든 클라이밍 체험장은 ‘안전’과 ‘체험’의 경계선 위에서 설계된다.
하지만 이 둘은 자주 충돌한다.
STN 프로젝트팀은 안전을 위해 무조건 단순하고 넓은 벽을 만드는 대신,
‘디자인된 제어’라는 개념을 공간 설계에 도입했다.
스마트 안전장비 연동 시스템
참가자는 입장 시 QR 밴드를 착용
밴드가 인식되면 자동으로 신체 조건(나이, 체중 등) 맞춤형 안전벨트가 배정됨
각 벽체는 사용자의 신호에 따라 루트 내부 LED와 경고 알람이 작동
몰입 연출 + 시야 설계
조명은 각 구간의 감정 흐름에 맞춰 프로그램됨
예: 1단계는 밝고 따뜻한 색, 2단계는 전환 조명(성공 시 점등), 3단계는 어두운 벽+스팟라이트 방식
이 조명 연출은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 아닌, 심리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적 장치
시나리오 기반 안내 사인
체험자는 QR 코드를 스캔해 ‘미션 카드’를 받는다
각 루트에는 “도전자님의 다음 선택은?” 같은 텍스트와 시각화된 가이드
안내판은 '오르기 위한 정보'가 아닌, 이야기를 따라가는 힌트로 기능
이처럼 공간은 감정을 제어하고, 감정은 루트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방식은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드벤처의 본질 – 도전과 몰입 – 을 자연스럽게 강화해주는 효과를 만든다.
클라이밍 체험장은 이제 ‘경험을 오르는 공간’이어야 한다
STN 어드벤처 센터의 클라이밍존이 기존 시설들과 가장 달랐던 점은,
사용자에게 ‘벽을 오르는 기쁨’이 아니라, ‘자신을 이겨낸 감정’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그 감정을 설계하기 위해 공간 디자이너들은 구조물만이 아니라,
심리, 조명, 동선, 연출, 기술을 모두 통합한 ‘체험 흐름’을 설계했다.
이제 클라이밍 시설은 단순한 스포츠 공간이 아니라,
도시 안의 작은 어드벤처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특히 테마파크, 복합놀이시설, 지역형 실내 어드벤처 센터를 기획하는 운영자들은,
단순한 벽의 갯수보다 사용자가 어떤 감정 곡선을 따라 공간을 경험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클라이밍은 더 이상 ‘강한 사람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오를 수 있고, 누구나 몰입할 수 있으며, 누구나 나만의 루트를 완성할 수 있는 경험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다음 어드벤처 공간을 기획할 때, 벽부터 짓기 전에 ‘누가 어떤 흐름으로 이 공간을 오를지’부터 먼저 그려보자.
그 질문이 클라이밍 시설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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