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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제로에너지와 어드벤처 공간 결합 가능성

by binart79 2025. 6. 30.

체험형 공간에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설계가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건축가나 에너지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기준, 대한민국 공공 공간 프로젝트의 37%는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 대상’으로 지정되었고,
이 기준은 점점 민간 실내외 체험공간, 민관 복합시설,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어드벤처 공간, 특히 클라이밍, 짚라인, 트램펄린, 복합 야외 네트워크 구조물 등을 포함한
체험형 공간 설계에서는 제로에너지 설계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4년 말, 경북 구미의 한 폐산업부지를 리모델링한 복합 체험 시설 ‘Z-Arena’ 프로젝트는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설계 총괄을 맡은 가상의 공간기획 디자이너 ‘정우석 소장’은
“어드벤처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구조가 아니라,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로에너지 + 어드벤처 융합형 설계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글은 그 ‘Z-Arena’ 프로젝트의 설계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어드벤처 시설물과 제로에너지 개념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설계자 중심 스토리로 설명한다.
이건 단순한 환경 마케팅이 아니라, 체험 공간의 진짜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제로에너지 어드벤처 공간

어드벤처 공간은 왜 고에너지 공간이었나? – 문제 구조의 분석

 

정우석 소장은 프로젝트 초기, 기존 어드벤처 시설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 에너지 소비가 분산되어 관리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체험시설은 전기, 환기, 조명, 난방, 안전제어가 각각 다른 회로에 분산돼 있어
    전체 사용량을 통합 분석하기 어렵고, 누수와 낭비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 체험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실내 트램펄린장이나 암벽장은 고출력 송풍기, 집진 시스템, 환기팬을 하루 10시간 이상 가동해야 하며
    구조물 유지에 사용되는 에너지 대비 ‘체험당 효율’은 극히 낮다.
  • 야외 시설은 오히려 태양, 바람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한다
    대부분 그늘을 위한 천막, 안전을 위한 그물, 구조물의 형태가 자연의 흐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소장은 ‘수동적 에너지 설계’가 아닌 ‘체험형 능동 에너지 루프 구조’를 제안했다.
그것은 곧 에너지를 줄이는 게 아니라, 체험 과정에서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어드벤처 설비를 에너지 생산 구조로 전환한 설계 전략

 

Z-Arena 프로젝트는 기존 어드벤처 시설 구조물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와 연결된 설계 요소로 바꾸었다.

구조물 자체를 ‘에너지 센서’로 활용

암벽 클라이밍 구간에는 사용자의 손발 접촉을 감지하는 압력센서 패널을 탑재

일정 수준 이상 클리어하면 운동에너지 → 전기 변환 소형 발전 모듈이 작동하여
조명 LED가 자동 충전되고, 방문자 기록 서버의 일부를 구동

그물 구조를 ‘태양광 집광체’로 연계

기존 야외 네트워크 존의 상단 안전 그물 위에 투명 고강도 태양광 집광 필름을 설치

낮 시간대 집광된 태양에너지로 하부 LED 조명, 스탬프 인증대, 미션 타이머 전력 사용

바람을 체험 요소 + 에너지로 전환

짚라인 출발지 상단에 핀휠형 마이크로풍력 발전기 설치

체험자가 이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연풍으로 소형 전기를 저장

이 전기는 IoT 센서, 예약 시스템, 방문자 안내 키오스크 전원으로 순환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 어드벤처 공간의 1일 에너지 소비량의 약 28%를 자체 생성 또는 순환 구조로 전환할 수 있었고,
이는 제로에너지 인증 4단계 등급을 확보하는 핵심 포인트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어드벤처 공간을 위한 사용자 경험과 운영 전략

 

에너지 구조만 바뀐다고 어드벤처 공간이 ‘지속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 소장은 에너지 흐름을 사용자가 직접 체험하고, ‘에너지 의식’을 경험의 일부로 통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에너지를 만든다’는 감각을 주는 설계

  • 클라이밍 벽의 조명이 “내가 성공했을 때” 밝아진다
  • 바람의 세기에 따라 네트 어드벤처존의 스탬프 난이도가 달라진다
  •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암벽 벽면에 미션 패턴이 점등된다

이 모든 요소는 ‘놀이’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체험자가 에너지의 흐름을 ‘체감’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운영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

  • 에너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 사용자 밀도와 사용시간에 따라 공간 자동 조정
  • 일부 존은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 →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시스템 자동 슬립 모드
  • 체험 종료 시 제공되는 개인 체험 리포트에 탄소 저감량 정보 포함

이러한 사용자 중심 운영은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체험 공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이어졌다.

어드벤처 공간도 에너지 철학을 가져야 할 시대

 

제로에너지는 더 이상 사무실 건축이나 교육시설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다.
체험형 어드벤처 공간이야말로 에너지 흐름과 사용자 참여를 통합 설계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Z-Arena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구조물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지속가능한 체험 공간’을
에너지 생산 → 사용 → 피드백까지 연결하는 설계 흐름으로 구현한 것이다.

앞으로 어드벤처 공간 기획자, 지자체 담당자, 복합시설 설계자들이 이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를 줄이기보다, 이용자와 함께 만드는 에너지 체험 설계가 곧 다음 세대의 어드벤처가 될 것이다.

결국 체험이란, 감정의 흔적이고 움직임의 기록이다.
그 흐름 속에 에너지라는 요소가 함께 흐를 수 있다면,
우리는 ‘놀면서 에너지를 만든다’는 완전히 새로운 체험 문화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