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심에 어드벤처가 필요한 이유
서울 강남 한복판, 300평 규모의 옛 백화점 지하 공간에 2025년 봄, ‘어반디센트(Urban Descent)’라는 실내 어드벤처 파크가 개장했다. 이 공간은 단순히 어린이 놀이터를 재배치한 것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 모든 세대가 ‘탐험’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복합형 실내 체험 공간이다. 어드벤처 시설이 산이나 들, 바다에 위치해 있던 전통적 형태에서 벗어나, 도심 공간을 재활용하고 기능을 입힌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형 어드벤처 파크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 사이, 전시 공간이나 폐상가의 유휴 공간 등 이전에는 상업적으로 한계가 있었던 장소들이 이제 ‘체험 소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특히 실내형이라는 조건은 날씨와 계절, 안전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에게 큰 매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어드벤처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과 동선을 통합할 수 있는 공간 설계다.
이번 글에서는 어반디센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도시형 실내 어드벤처 파크의 최신 설계 트렌드를 기획자 시점에서 풀어낸다.
이 공간은 단지 어드벤처의 재현이 아닌, 도심 속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설계한 사례였다.
스토리 중심 공간 설계: ‘놀이’가 아닌 ‘여정’을 만든다
어반디센트의 설계 총괄이었던 김재승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주는 게 아니라, ‘도심 속 미지의 여정’을 설계하고 싶었어요. 그게 진짜 어드벤처죠.”
어반디센트는 공간을 단순히 트램펄린, 짚라인, 암벽, 네트 플레이로 구분하지 않았다.
대신 공간 전체를 하나의 테마 세계관으로 구성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탐험가 인증소’에서 미션카드를 받고, 각 공간은 ‘소리의 숲’, ‘중력의 계곡’, ‘빛의 동굴’ 등 감각적 경험 기반의 스테이지로 연결된다.
각 구간은 단순한 체험 구조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소리의 숲’은 탄력 있는 패널과 소리 반응 센서를 통해 체험자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서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들리는 구조다.
이용자는 자기의 움직임이 공간을 바꾸는 것을 체험하면서, 단순한 놀이가 아닌 ‘상호작용 경험’을 얻게 된다.
설계팀은 단순히 어트랙션을 나열하는 대신, ‘감정의 변화 흐름’을 기반으로 공간을 배치했다.
첫 구간은 ‘도전’, 중간 구간은 ‘몰입’, 마지막 구간은 ‘성취’라는 감정선에 따라 시야, 조명, 구조물의 간격까지 정교하게 조정되었다.
연령별 동선 분리와 시야 설계 – 함께하지만 따로 노는 방식
도시형 어드벤처 공간은 다양한 연령층이 동시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고유한 설계 고민이 필요하다.
어반디센트는 유아, 초등, 청소년, 성인까지 연령별로 다른 동선을 확보하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연결된 구조를 지향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설계 포인트는 ‘가시성 기반의 구간 분리’다.
유아 구간은 벽이 낮고, 부모가 바로 옆에서 보며 안내할 수 있도록 개방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반면 청소년 구간은 어두운 통로와 조명 연출로 심리적 몰입을 강화했고,
성인 루트는 고난이도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다른 구간과의 시선 교차가 거의 없도록 배치되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보호자 참여 유도 시스템’이다.
단순히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스탬프 미션이나 기록 공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암벽을 오르기 시작하면 부모는 지정된 위치에서 영상 기록 버튼을 누르고,
체험 후 함께 공유 영상을 받아보는 구조다.
이는 단순 관람이 아닌 체험 참여로의 전환을 설계한 사례로, 어드벤처 시설의 ‘가족 확장성’을 극대화한 전략이다.
도시형 설계의 기술적 전략: 층고, 음향, 조명, 환기까지 고려된 공간
실내 어드벤처 공간은 마냥 넓다고 좋은 게 아니다.
도심 속 유휴공간은 대부분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낮은 층고, 콘크리트 벽면, 단일 출입구 구조 등은 기획자 입장에서 극복해야 할 주요 이슈다.
어반디센트는 이 한계를 ‘기술적 연출’로 돌파했다.
예를 들어, 층고가 낮은 공간에는 반사판을 활용한 간접 조명을 설치해 체감 천장을 높였다.
구간마다 흡음재를 소재화하여 음향 반사를 줄였고,
‘움직이면 울리는 공간’, ‘작게 말하면 반응하는 조형물’ 등을 통해 낮은 천장을 단점이 아닌 몰입 요소로 바꾸었다.
또한 환기 설계에도 차별화된 접근이 있었다.
일반 공기순환 시스템 외에도, 열기 흐름을 따라 시각 연출이 되는 ‘바람 타워’를 구조물로 도입했다.
이 구조물은 실제 공기를 위로 끌어올리는 흡입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공기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리본 LED와 바람 방향 인터페이스를 탑재했다.
즉, 물리적 제약을 체험 요소로 전환하는 설계 전략이 어반디센트의 핵심이었다.
도시형 어드벤처 파크는 공간이 아니라 조건을 재창조하는 기획력이 핵심인 것이다.
어드벤처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다
도시형 어드벤처 공간은 단순한 ‘놀이 시설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 흐름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공간 안에서 그것을 유도하는 디자인 철학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어반디센트 프로젝트는 그것을 입증한 대표 사례다.
기획자는 공간을 짓기 전에 사용자의 ‘하루 흐름’을 먼저 그려보았다.
출근 중 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점심에 함께 방문하고, 주말에는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체험.
공간은 일상과 겹치되, 그 안에서 ‘비일상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이제 어드벤처 파크는 대형 부지, 고난도 장비, 화려한 구조물이 아닌
스토리, 연출, 인터랙션, 가족 몰입도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설계되어야 한다.
도시형 실내 어드벤처의 미래는, 결국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설계 안에 녹여내는가’에 달려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도심 속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까지 없던 어드벤처를 상상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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