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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VR과 어드벤처 체험시설의 하이브리드 설계

by binart79 2025. 7. 1.

현실의 한계를 가상으로 넘는 어드벤처의 진화

어드벤처 체험 공간은 원래부터 ‘비일상적인 감각의 확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높이, 속도, 불균형, 미지의 공간과 같은 요소는 우리의 신경계를 자극하고, 짧은 시간 안에 극대화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물리적 어드벤처 시설에는 늘 현실의 제약이 따라붙는다. 공간 확보, 안전 문제, 구조물 설치 비용, 날씨, 연령 제한 등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일부 체험시설 기획자들은 가상현실(VR) 기술을 공간 설계에 결합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VR 게임존을 붙여두는 수준이 아니라, 어드벤처 동선의 일부에 VR을 포함시켜 하나의 연속된 체험 시퀀스로 구성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즉, ‘현실 → 가상 → 현실’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어드벤처 설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2025년 봄, 경기도 파주에 가상의 복합 어드벤처 체험 공간 ‘이머전라인(Immerzion Line)’이 시범 개장했다.
이 공간은 클라이밍, 로프코스, 다크미로, VR 챌린지를 단일 시나리오 안에서 통합한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어드벤처 공간이었다.
이 글은 그 설계자 ‘오지윤 팀장’의 설계 전략을 중심으로, VR과 어드벤처 체험시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융합이 공간 경험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스토리 기반으로 구성했다.

VR과 어드벤처 하이브리드 설계

어드벤처 동선에 VR을 결합하는 방법 – 시나리오 기반 공간 분할

 

‘이머전라인’은 단순한 놀이 시설이 아니었다.
전체 체험은 하나의 이야기 시나리오를 따라 전개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탐험대의 기지 탈출’이었고, 현실 속 구조물과 VR 속 임무가 번갈아가며 등장했다.

1단계는 실제 로프코스를 통한 협동 탈출 구간.
2단계는 VR 고글을 착용한 상태에서 가상 동굴 탐사 및 생물 회피 미션
3단계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3D 미로탈출과 크로스핏형 이동 미션
4단계는 VR 속 시공간 왜곡 퍼즐
5단계는 참가자가 선택에 따라 가상/현실 중 원하는 엔딩 미션을 수행

이 구성을 위해 설계팀은 공간을 물리적 구간과 가상 연동 구간으로 분리하지 않았다.
대신 VR 기기 사용을 동선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설계하였다.
예를 들어, 좁은 통로를 통과한 뒤 바로 VR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해
사용자가 현실에서의 긴장감을 그대로 가상공간에 끌고 가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설계 방식은 단순히 VR을 ‘부가 콘텐츠’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어드벤처 시퀀스의 일부로서 VR을 주도적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특히 VR 공간 진입 전, 체험자의 심박수를 측정하고 결과에 따라
게임 난이도를 자동 조정하는 ‘바이오피드백 기반 스테이지’ 설계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가상현실의 강점, 현실 구조물의 한계를 상호 보완하기

 

VR 기술을 접목한다고 해서 어드벤처 체험의 감각이 모두 가상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이 불가능한 것’을 VR이 보완하고, ‘현실이 주는 감각’을 VR이 확장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이머전라인에서는 클라이밍과 VR을 완전히 통합한 특별 구간이 있었다.
참가자는 고글을 착용한 상태에서 실제 클라이밍 홀드를 잡고 벽을 오른다.
하지만 VR 화면에는 현실 벽이 아닌 붕괴된 폐공장 벽, 폭풍 속 산악 지대, 외계 생물의 벽면이 보인다.
이 구간에서는 실제 벽에 부착된 터치 센서와 압력 센서가 작동하여,
VR 화면의 ‘불안정한 발판’이나 ‘불에 달궈진 손잡이’ 같은 가상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이처럼 현실 구조물은 ‘진짜 근육 자극’을 제공하고,
VR은 ‘상상력과 몰입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사용자는 현실에서의 감각 + 가상에서의 위기상황이라는 두 가지 레이어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또한 시야 전체를 가리는 VR HMD 대신, 반투명 AR 글래스 또는 시야 창이 있는 하이브리드 고글을 사용함으로써
체험자의 균형감각과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VR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가 아닌, 공간 설계와 직접 연결된 감각 확장 도구로 기능해야 진짜 ‘융합 설계’가 가능하다.

 

몰입도 중심 사용자 경험 설계 – 하이브리드가 만드는 ‘감정 흐름’

 

오지윤 팀장은 설계 초기부터 기술보다 ‘감정 곡선’에 더 집중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어드벤처에서 기억하는 건 벽의 높이나 기술이 아니라, 공포 → 도전 → 성공이라는 감정의 흐름입니다. VR은 이 감정 곡선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장치입니다.”

‘이머전라인’은 체험자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하지만, VR 내에서는 다른 참가자들과 인터랙션이 가능하고,
마지막 구간에서는 현실에서 다시 만나 함께 협동해야 하는 엔딩 설계가 적용되었다.

특히 참가자가 각 구간에서 수행한 동작, 실패 기록, 심박수 변화 등은
마지막 ‘탐험 결과 보고서’ 형태로 요약되어 기념품처럼 제공되었다.
이런 방식은 ‘내가 어떤 탐험가였는지’를 기억하게 만들어주며,
기억의 밀도와 체험의 가치까지 설계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VR 콘텐츠는 자칫하면 기계적 반복이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드벤처 구조물과 감각 피드백이 함께 연동될 경우,
참가자의 긴장과 몰입의 곡선을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훨씬 풍부하고 오래 기억되는 체험으로 남게 된다.

 

어드벤처 공간은 이제 기술과 감각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VR 기술은 어드벤처 체험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잘 설계된 VR은 공간과 감각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가장 강력한 몰입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머전라인’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설계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앞으로 어드벤처 체험 공간을 기획하려는 사람은
단지 구조물 배치나 안전 설계에만 그치지 말고,
사용자의 감정 흐름, 상상력, 몰입의 층위를 디자인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VR이라는 도구가 있다. 단지 가상 체험이 아닌,
현실 구조물의 한계를 넘는 상상력 확장 플랫폼으로서의 VR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공간 설계란, 움직임을 설계하는 것이고 감정을 건축하는 일이다.
VR과 어드벤처의 결합은 그 감정의 깊이를 넓히는 새로운 시도이며,
그 시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둘 때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