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어드벤처 시설물 설계법

binart79 2025. 7. 1. 15:40

‘접근성’이 아니라, ‘참여성’을 설계하는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어드벤처 체험 공간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클라이밍, 짚라인, 네트워크 구조물, 트램펄린, VR 어드벤처 등은 이제 공원이나 실내뿐만 아니라 축제장, 문화센터, 쇼핑몰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간에서 모든 사용자가 동등하게 체험할 수 있는 ‘무장애 구조’가 설계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많은 공간이 법적 기준에 따라 휠체어 진입로를 마련하거나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하지만,
그 외 체험시설에서는 여전히 ‘배제의 구조’가 너무 당연하게 설계되고 있다.
하지만 공간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김하영 소장은 전혀 다른 접근을 했다.
그녀는 ‘장애가 있는 사용자도 어드벤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동등한 몰입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2024년 서울시 마포구에서 진행된 파일럿 프로젝트 ‘어드벤처 for All’은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이 프로젝트는 어드벤처 시설물에 접근성(accessibility)을 넘어서 참여성(participation)을 구조로 구현한 첫 사례였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가상의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웹에 없는 무장애 어드벤처 시설물 설계법을 5가지 관점에서 설명한다.

장애인 어드벤처 시설물

구조물 설계의 핵심: ‘경사로’가 아닌 ‘경험의 공유’를 설계하라

 

김하영 소장은 어드벤처 구조물에서 휠체어 경사로나 낮은 난이도 루트를 따로 마련하는 방식이
‘배려’가 아닌 ‘분리’로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녀는 구조 설계의 기본 철학을 이렇게 바꾸었다:

“장애 여부에 따라 체험의 동선을 나누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다른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물 설계가 도입되었다:

  • 클라이밍 존은 바닥부터 시작하는 대신, 슬로프와 루프를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수평 상승형 벽체’로 구성되었고
    휠체어 사용자도 스스로 이동하며 측면 홀드를 손으로 잡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 그물 체험 존에서는 중간에 자동 리프트존을 설치하여
    하체를 사용할 수 없는 참가자도 상체로만 조작할 수 있는 수직 이동 체험을 구현했다.
  • 동료 참가자와 연결 가능한 ‘듀얼 어드벤처 루트’를 만들어
    한 명은 직접 이동하고, 다른 한 명은 가상 시각 장치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 미션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이동 편의성을 넘어서,
체험 그 자체에의 동등한 참여와 몰입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접근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 감각을 바꾸면 체험이 확장된다

 

장애라는 것은 이동의 제한일 수도 있고, 시각·청각·인지의 차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드벤처 공간에서 모든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능이 아닌 감각 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도가 이루어졌다:

  • 소리 대신 진동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디바이스를 체험 벨트에 부착
    → 시각 정보 대신 진동 패턴으로 ‘경고’, ‘미션완료’, ‘방향전환’ 등의 정보를 제공
  • 다채로운 질감이 적용된 루트 표면
    →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손과 발의 감각만으로 경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
  • 다중 언어/기호 인터페이스 적용
    → 디지털 패널에 텍스트 외에도 상징, 색상, 촉각 요소(브레일 포함)를 함께 제공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내비게이션 연동 체험 루트’는
참가자의 움직임에 따라 AI가 실시간으로 음성 안내를 제공하며
안내 멘트, 효과음, 조작 반응까지 개인화되어 있는 구조였다.

이런 설계는 기술적으로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참가자가 내 감각에 맞게 공간을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핵심 설계 전략이 되었다.

 

운영과 인력, 기술까지 설계에 포함해야 진짜 무장애가 된다

 

무장애 설계는 단순히 구조물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운영과 관리, 안내 시스템까지 하나의 통합 구조로 고려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운영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시도가 포함되었다:

  • 입장 시 체험자 상태를 선택할 수 있는 셀프등록 키오스크 운영
    → 체험자는 휠체어 사용자, 시각장애 유무, 청각 지원 여부 등을 선택하며
    이에 따라 자동으로 동선/안내/도우미 매칭이 커스터마이징됨
  • 전담 '체험 안내 스태프'가 아닌, '공동 어드벤처 가이드' 배치
    → 체험자를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동행하며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설계
  • 사전 예약 시 개인 맞춤형 체험 루트 제안 시스템 도입
    →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인의 움직임 특성에 따라
    최적 동선과 기기, 보조 장비를 미리 매칭

이처럼 무장애 어드벤처 설계는 단지 ‘사용 가능 여부’에 머무르지 않고,
얼마나 주체적으로 체험에 몰입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 운영 설계가 포함될 때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는 장애 여부를 ‘특수한 변수’가 아닌,
평등한 이용자의 다양성 중 하나로 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진짜 어드벤처란, 누구에게나 스스로 도전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무장애 어드벤처 시설물 설계는 단지 법적 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그 설계의 본질은 모든 사용자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클라이밍 벽을 오르지 못하더라도, 같은 시점에 미션을 해석하고,
VR 속 동굴을 탐험하거나, 진동 신호를 통해 목표를 찾는 방식으로
누구든 어드벤처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는 체험자가 “나도 해봤다”가 아니라
“나도 그 안에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드벤처 공간이 가져야 할 설계적 존중이며, 몰입의 평등성이다.

앞으로 어드벤처 시설을 설계하거나 운영하는 모든 사람은
단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따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단일한 공간 안에서의 다양한 진입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무장애’이며, 그 공간이 ‘도전’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계 철학이다.